명상 담론

미망과 깨달음 사이

칠통漆桶 조규일 2006. 7. 8. 16:19
제목  [5회] 미망과 깨달음 사이.....
등록일  2001-11-22
조회수  36회


No: 561 글쓴이: 칠통 시간: 2001-06-10(일) 07:10:33 조회: 48


미망과 깨달음 사이   / 칠통 조규일

'아는 체를 하기에 본성에 대하여 물었더니' 하는 말
"본성을 아는 사람은 어떻게 말해도... 다 맞는 말이며...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걸 같다 붙여도..하나도 맞는 게 없는바.. 누구를 누구라 일컬으려면.. 그에 적중해야 하니..이는 다 아는 자가 아니면.. 안될 것입니다. 다 알지 못하는바... 그 자리를 말하지 못함이 당연하리라 생각합니다. 깨달음은 안과 밖을 둘로 끊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게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그 자리에 있는 게 갖지 않단 걸 알기에..가보지 않고 말하는 소리인지라.. 전부다 헛소리라 책을 받을지라도.. 전혀 불만을 갖지 않겠나이다."


깨치지 못한 수행자들은
그 어떤 것에 기대고 더듬으며 앞길을 가기도 하고
그 어떤 것에 빙의(憑依)하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그것이 싹없어지면 아득하고 황량한 곳으로 들어가고 말지만
도(道)를 깨치신 분들은 하루 종일 한 물건도 의지하지 않지만
만일 한 기연(機緣)과 한 경계를 만나면 드러내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아는 사람은 어떻게 말해도 다 맞는 말이며...'모르는 분이 볼 때
아무렇게나, 어떻게 말해도 다 맞는 말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아는 사람은 결국 본성의 자리를 벗어나 이야기하지 않고
중도(中道)와 법(法)의 이치를 잃지 않고 말을 하지만
그 자체를 잘 모르기에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요.

'모르는 사람은...아무리 좋은 걸 같다 붙여도...하나도 맞는 게 없는바....'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알음알이가 본성의 자리에서
중도와 법의 이치를 잃지 않고 말을 한다면
그 말이 미사여구든 아니든 전부 다 옳을 것이나
아무리 좋은 것을 갖다 붙여도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 하나도 맞는 것이 없을 것이요.
혹 솜씨 좋은 도둑이 깨치지 않고
깨친 분들의 말과 글을 올바로 도둑질하여 올바른 알음알이를 낸다면
그 알음알이만으로는 그가 깨치지 않았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으며
하나도 맞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으리요.
또한 깨쳤는지 깨치지 않았는지 본인이 말하기 전에는 모를 것이요.
그래서 수행을 어느 정도 하고
한참 수행에 정진해야 할 수행자들 중에 솜씨 좋은 도둑들이 있어.
깨치지도 못하고도 깨친 척들을 많이 하고 있소
돈오가 아닌 헤오라도 하고서 그런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 너무 많아요.

'누구를 누구라 일컬으려면 그에 적중해야 하니.
이는 다 아는 자가 아니면... 안될 것이니.'

수행자가 스스로 공부한 바 닦은 만큼
의식은 넓어져 보는 시야 역시 넓어져 알음알이 내어서 말한다고
그 누군들 틀렸다 하리요.
누구를 누구라 일컬었을 때,
그에 적중하지 않았다 하여 그것이 틀렸다고 말하기보다 말한 이의 뒤에서
길을 잡아주던가 앞에서 이끌어 주지 결국 책하지 않을 것이요.
이는 다 아는 자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부에 진전이 없어.
공부한 만큼 확신을 갖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 아닌가 싶으오.
깨달으신 분이라 하더라도 본성의 미묘한 작용까지 다 깨달으신 분은 없지 않나 싶소.

'안과 밖을 둘로 끊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자리가 아닐까'

쪼개려 하고 나누려 하면
현재의 과학으로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다해도 쪼개지고
더 이상 나눌 수 없다해도 나눌 수 있을 거요.
그러나 그 자리는 자신의 몸 안팎이 없고
언제나 드러나 있으며 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을 것이며
두루 꽉 차 있어. 유상 무상 그 어느 것 하나도 벗어나 있지 않소.

'그런 게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그 자리에 있는 것과 갖지 않다는 걸 알기에,
가보지 않고 말하는 소리인지라'

그대는 늘 그 자리에 있고
그 자리와 하나고 함께 하며
그 자리를 떠나서 결국 있을 수 없는데도
그런 게 있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그 자리에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고
가보지 않았다고 말하니. 이 어찌된 일인고
우리는 모두 다 깨달아 있다오 다만 그 사실을 미망에 가려 모를 뿐이요.
깨달음에 있어서 먼저와 나중이 있을 지라도 깨달음을 떠나 있지는 않소.
그대가 꿈꾸고 생각하는 그 알음알이가 미(迷)요.
꿈꾸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 안팎으로 모든 것이 끊어 졌을 때,
바로 볼 수 있으면 깨달음(悟)이요.



한 생각 깨달음에 부처가 나타나고
한 생각 미진 속에 부처가 숨네
한 생각 돌이키니 부처고
한 생각 일으키니 중생이로다
세간과 열반은
미(迷)와 오(悟) 사이에 있도다


9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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